공방 자리를 얻다

안녕하세요. 파도의 채화경입니다.

일이 바빠 계속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올리자고 생각하여, 아이들 다 재운 저녁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비누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7년입니다. 파도는 처음 양양비누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는데요.

결혼과 동시에 양양으로 이주해 서핑스쿨 사업을 하던 저입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여러 가지 변화가 찾아오며, 욕심처럼 서핑을 하지 못해 마음의 병을 꽤나 지독하게 앓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수제비누를 보았고, 혼자 해외여행 다녀올 값으로 비누를 배워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정말 즉흥적인 선택이었죠.

즉흥적인 선택이 가져다준 행복

창업 수업을 들었는데, 창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누들을 주위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지요.

얼마 지나자 폭풍처럼 좋은 말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좋다고, 이거 뭐냐고… 색을 좋아하는 제가 예쁜 비누를 만들 생각에 배웠던 비누가 디자인 보다 더 훌륭한 강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입소문이나 친구들부터 모르는 서퍼들에게까지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비누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7년 11월 “양양비누”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게 되었습니다

  • 양양5 (漾漾)[명사]
    1. 물 위에 둥둥 뜨는 모양.
    2. 물결이 출렁거리는 모양.
  • 양양7 (穰穰)[명사]
    1. 낟알이 잘 여물어 있는 모양.
    2. 많고 넉넉한 모양.

양양은 지역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같은 음의 여러가지 의미들이 있었는데요. 그 의미들이 모두 좋아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쓸데없는 취미가 일이 되다

저는 평상시에 예쁜 색을 참 좋아해 예쁜 컬러의 이미지는 모두 저장하고, 화장품 중독이라 할 만큼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예쁜 색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이 저에게 안정감을 주곤 했지요. 화장품 모으는 일은 돈 버리는 취미라고, 없는 살림에 참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길 여러 번이었지만 취미가 없이 육아만 하는 제게 고쳐지지 않는 낭비벽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비누를 만드니 그런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해 줬습니다. 감각이 남다르다고. 너무 좋다고.. 그런 시선이 믿기지 않고 신기했습니다.

남편과 사업을 분리하기로 마음먹다

저는 점점 비누를 전문적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었고, 작업실에 대한 생각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신기하고 재밌는 일을 더 진득하게 연구하고 싶은 열망이 커져갔습니다. 또한, 원래 직업인 서핑 숍매니저 일은 전처럼 파도가 좋은 시간에 온전히 몰두할 수 없는 것, 교육이지만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스트레스 등을 느끼고 자존감이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일을 창업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외에도 많은 리스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의 고민과 남편과의 대화 끝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창업해보기로 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지 5개월 남칫 되었을 2019년 1월.

남편이 괜찮은 자리를 봤다고 합니다.

클래스도 운영하지만 화장품 제조업을 취득하여, 비누 판매에 중점을 두려는 저로서는 참 괜찮은 자리였습니다.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곳이었고, 안쪽도 정비한다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참 제 남편 이런 부분은 꼼꼼하게 잘 봅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지나쳐간 벽면
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나이만큼 벽면의 흔적도 다양합니다.

안은 여러 번 덧대고 덧대어 천정은 낮을 대로 낮았고, 벽지는 5~6겹에 바닥도 몇 겹인 것 같았습니다. 이미 서핑 숍을 셀프 인테리어했던 경력이 있는 우리는 내심 어떻게 변할지 설레기도 한 것 같습니다.

2014년 양양이주 후 첫 시작이었던 서핑 숍 셀프 인테리어 에피소드 보기

안쪽의 가벽을 철거하니 너무 예쁜 오래된 창문이 있습니다. 목공 하는 아는 오빠(?)에게 최대한 살려서 유지 보수해달라 맡기기로 했습니다.

벽면은 모두가 화이트로 하라고 했지만, 하얀색 셀프 인테리어가 좀 질려서(서핑 숍이 하얀 벽) 회색 벽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남편이 세 번이나 칠한 벽인데….

어쨌든 회색 벽이 적응되면 괜찮아질 거라는 소망으로 애써 묵인하며, 가구가 들어갈 위치를 가상으로

생각해봅니다.

벽을 깠더니 천정이 높아졌고, 두 군데나 이런 상태입니다. 막을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습니다.

저 모습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돈이 없어 노출 인테리어입니다.

가구를 넣어봅니다만, 벽색 어떡함??????

벽색이 너무 거슬린데 고생한 남편한테 미안해서 말잇못…

이렇게 예쁜 등도 일단 쟁여두고..

저녁이 되어 등을 켰더니, 치맥 하기 딱 좋은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업 종 변경해야 하나 살짝 고민..했었..

이쯤 스트레스가 최고조였던 아드님.

인테리어와 이런저런 준비로 신경을 못썼더니..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아들 미안해. 먹고살기 힘들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벽색은 다시 칠했습니다.. 욕 엄청 얻어먹고… 남편은 담이 걸려 돌아왔습니다.

미안하다.. ㅜㅜ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일러스트로 간판과 다이 컷(유리창에 붙는)을

만들어 간판 집 아저씨한테 보냈습니다.

여러 가지로 간판 아저씨한테 진상 부려 완성했습니다.

제가 직접 작업장에 있으면 쉬웠을 일을.. 갓난아이 보느라 나가질 못하니..

간판집사장님 단골이라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돌 맞았을 거예요.

비누를 써보는 공간을 처음부터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아

포기하려 했으나 남편이 어떻게든 꼭 해주겠다고.

꼭 해야 한다고 오히려 저를 재 설득했지요.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직접 비누 써보시는 걸 너무 좋아해요.

재료들 이삿짐처럼 옮겨와서 정리도 했고요..

제가 원했던 벽색이!!! 남편의 땀과 고생 끝에 얻어졌네요..

미안해 처음부터 많이 찾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좋아하는 음반/책들도 진열해주고

남편과 아들을 일러스트 화한 액자도 넣어줍니다.

구하기 힘든 옛날 창문도 살렸고요..

인테리어의 꽃인 공기정화식물들도 잔뜩 갖다 놓습니다.

어느새 수강생들 셀카 존이 되어버린 세안대 앞 거울

너무 어두운 것 같아, 조명을 설치했더니 완전 짜응

남편짜응, 고개 꺾고 자는 둘째도 짜응

베스트셀러 작가인 생선 작가님의 연남동 카페 #모모뮤카페 에서 공수해 온

#무엇이되지않더라도 네온사인도 걸어줬습니다.

델리스파이스의 #항상엔진을켜둘께 작사가이기도 하죠

미니 현판도 달아줬습니다. 제가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일 때

비누가 저의 마음을 씻겨주고 치유해주었던 그때처럼.

항상 그 마음 다른 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소망의 소문구를 적었습니다.

현판 다는 날 필연인 듯 놀러 온 프로서퍼걸 두 명.

수정찡과 지은찡이 현판식에 참여해주셨습니다..ㅎㅎ

#둥둥 떠있는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양양의 의미를 온몸으로 표현 중인 수정찡

참 밝고 순하고 투명한 친구들입니다.

저희 아이들도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아담하지만, 정성과 애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양양비누공방.

꽃길만 걸을 순 없겠지만,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해

비누를 만들고 여러분들을 만날게요!

현재는 파도로 상호 변경이 되었습니다.

Purify Us, Purify Ea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