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스튜디오 – 드러내고 덜어내는 마음
신발을 한 손에 달랑 들고 해변, 젖은 모래 위를 걷다 보면 하루 동안 지친 마음이 말끔해진다. 돌아볼수록 선명하게 찍히던 엉망진창 발자국들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까. ‘누가 지웠나?’ 궁금할 틈도 없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위로 섞인 온도로 달려와 발등을 감싸 안는다. 아득히 먼바다에서 출발한 파도는 새하얀 진심을 드러내며 하루 동안 마음에 쌓인 얼룩을 그렇게 덜어 가버린다.
그런 파도를 일상에서도 느끼고 싶어 수제 화장품 브랜드 <파도>의 비누를 집 안으로 들였다. 답답했던 집 밖 세상으로부터 탈출해 바다에서 느낀 쾌적한 휴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욕심이 아닐 테니까.
수제 화장품 브랜드 파도는 소퍼(soaper)이기 전에 서퍼(surfer)였던 채화경 대표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그래서일까. 파도의 모든 제품은 바다라는 환경, 공간,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누의 콘셉트와 디자인은 물론, 사용 목적과 그에 따른 원료 선택, 배합까지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비누는 일반적인 세정 용품을 넘어 특별한 경험마저 선사한다.
서퍼처럼 바다 생활이 일상인 사람은 스킨케어에 언제나 진심이다. 소금기 가득 머금은 바닷바람과 바닷물, 연일 내리쬐는 햇볕과 건조한 기후는 기본. 피부 보호를 위해 도시생활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두껍게 덧바른 선크림은 쉽게 지워지지 않은 골칫거리니까.
그런 이들의 니즈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파도는 자연스럽게 극한의 야외 환경에서도 피부를 케어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더불어 수작업 소량 생산이라는 고집은 더욱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촉진제다. 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며 원료와 배합 기준을 고정시키지 않고, 소량으로 생산할 때마다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매번 제품을 리뉴얼한다.
파도의 제품에 1차, 2차 많게는 9차까지 ‘re-open’이 붙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파도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지만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 등과 같은 단어를 가볍게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비누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경험할 수 있게 넌지시 드러낸다.
채화경 대표는 “친환경이나 제로 웨이스트 같은 키워드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해야 비로소 생명력이 생겨요. 만약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제품이 친환경 제품보다 만족감이 높다면, 만족감 높은 쪽에 손이 더 많이 가겠죠. 그래서 제품 완성도에 대한 노력을 어떤 마케팅보다 우선시하는 거예요. 기존 제품들 보다 만족감이 높아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저희 제품을 사용하게 되니까요.”
파도의 비누는 사용 목적에 최적화된 원료와 고급 식물성 오일을 배합시켜 48시간 이상 숙성시키고, 720시간이 넘는 자연 중화와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거기에 색과 이야기를 담아 콘셉트를 짜고 디자인을 얹힌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 듯 비누 하나가 제작되는 셈이다.
흔하디흔한 비누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까지 진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흔하디흔한 일상에서 유해함을 덜어내고 소소한 휴식을 더하는 것. 하루의 끝에서 지친 마음을 따뜻한 온수와 함께 덜어내고, 욕실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덜어내는 것. 나와 자연 모두에게 파도 같이 달려와 위로 섞인 온도로 감싸 안아 주기 위함은 아닐까.
에디터 & 포토. 092 출처: 미들타운(https://middleto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