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스튜디오’ 채화경 대표, “비누를 통해 아픔과 역경을 이겨냈던 저의 따듯한 희망을 전달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등록일 2020년03월27일 13시58분

현대인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과 비누를 사용하는 것에 여러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전에는 향기나 특장점을 중심으로 광고를 했던 모습이 오늘 날에는 자연유래, 천연이라는 말을 태그라인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현대인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도 더욱 개선되고 있다. 또한 최근 피부에 부담을 줄여주자 라는 의미를 가진 슬로건 ‘Clean cosmetic’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천연비누, 천연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이러한 현대사회의 변화는 천연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급증시키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오직 나만을 위한, 나에게 맞는 화장품과 비누를 직접 만들어 사용 할 수 있다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채화경 대표는 비누를 통해 환경문제 개선과, 피부 건강은 물론 비누를 만들며 느낄 수 있는 정신적인 힐링까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파도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파도스튜디오’의 베스트셀러 제품에는 서퍼비누가 있다.

이는 서퍼들이 서핑을 하러 나갈 때, 선크림을 매우 두껍게 바르고, 모랫바람, 소금물, 차가운 물의 온도 등에 외부 자극을 강하게 받는 모습을 보고 잔류 오일과 글리세린이 함유된 천연 오일이 주원료로 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이는 채화경 대표의 서퍼경력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이외에도 ‘파도스튜디오’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비누를 만들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오늘은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리에 위치한 ‘파도스튜디오’ 채화경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Q. ‘파도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평소 자연과 어울리는 삶이 가치의 기준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스노우보드를 타고 여름에는 서핑을 하던 취미가 있었고, 스포츠적인 요소 이외에도 거기에서 파생된 문화와 삶을 생각하는 자세가 좋았습니다.

비슷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동반자를 만나 약 1년간의 꼼꼼한 계획 후 바다와 산이 근접한 양양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서핑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며, 사업과 동시에 서핑선수로서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주 후 1년도 되지 않아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심한 입덧과 동시에 지역텃새 그리고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져 힘든 시간을 보냈고, 출산 후에도 독박육아와 함께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삶의 패턴이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1년 넘짓 치료 없이 지내다보니 우울증과 공황장애 그리고 불안증 등이 생겨 약물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체적 피폐보다 정신적 피폐가 컸습니다.

활발하게 업무에 대한 꿈을 펼치다가 갑작스럽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 것. 특히 꿈의 무대였던 멋진 파도가 펼쳐진 곳 바로 앞에서 사는 것은 전과 달리 철창 없는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친구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했고, 저 혼자 퇴보하고 있는 느낌이 가장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우연히 소셜네트워크로 아름다운 수제 비누를 보게 되었고, 혼자만의 여행을 고려하던 중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생산적인 행동이 마음의 병을 낫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여 여행갈 목적으로 마려해둔 채비로 수제비누 창업반을 덜컥 등록했습니다.

단순하게 향과 색을 섞는 작업들이 저에게 굉장한 힐링포인트가 되었고, 무엇보다 그리운 바다의 온기를 색과 향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창업반 수료 이후 지속적으로 비누를 만들었고, 주위 서핑하는 지인분들에게 선물하였습니다. 평소 바다에 자주 드나드는 서퍼들은 샤워할 일이 많았고, 비누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저는 디자인만 생각하고 수제비누를 제작했었는데, 지인들을 통해 일반비누와 품질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입소문으로 점차 제가 모르는 분들이 구매를 하고 싶다고 찾아오기 시작하셨습니다. 온라인 구매를 원하는 분들이 계셨고, 합법적인 판매를 위해 사업자를 내게 되었습니다.

Q. ‘파도스튜디오’의 주 서비스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면

A1. 주요 연령층과 주요 서비스 대상

사업초반에는 감성적인 지역아이템을 찾는 2~30대가 타겟이었으나 실제로 사업화해보니 비누를 찾는 분들에 특별한 연령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40대 이상의 손님들이 오히려 많은 것 같을 때도 있는데요.

대부분 한번쯤 천연비누나 수제비누를 사용해보신 분들이 그 품질을 아셔서 오시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분들의 니즈에 맞는 라인도 구성하고 있습니다. 강릉 주문진의 지역적 특색에 따라 현지분들보다는 관광객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A2. 주요 서비스 품목

비누품목이 90%이상 차지합니다. 파도, 바다, 서핑과 관련된 크래프트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파도의 베스트셀러 제품 중 서퍼비누가 있는데요. 서퍼들은 서핑을 하러 나갈 때 선크림을 가부키분장처럼 매우 두껍게 바릅니다. 그리고 클렌징을 할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미 바다의 모랫바람, 소금물, 차가운 물의 온도 등에 외부자극을 강하게 받은 서퍼들은 선크림을 지우기 위해 클렌징티슈와 오일, 폼클렌징 등 클렌징 시간만 10분이 넘도록 피부에 물리적 자극을 줍니다.

저도 서핑을 하며 피부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 저는 서핑 시 선크림 덕에 자외선은 많이 차단했지만 과도한 클렌징으로 인해 좋지 않아진 편입니다. 서퍼비누는 잔류 오일과 글리세린이 함유된 천연 오일이 주원료인 수제비누는 딥 클렌징이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주변 서퍼지인들에게 꾸준히 시제품비누를 제작하여 보완하고 보완한 비누가 서퍼비누인데요.

이러한 서퍼들이 만족하는 비누라면 일반인분들에게도 가장 훌륭한 퀄리티의 비누를 선보일 수 있을 거라는 목표를 가지고 제작된 비누입니다. 그 외에도 첨가물 고유의 특색을 잘 살려 색과 향을 내는 비누라인 “파도랩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A3. 진행하는 서비스 별 특징

수제비누와 크래프트제품 판매와 창업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도의 특성상 창업반은 소규모로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타 사와 비교해 볼 때의 ‘파도스튜디오’만의 특징이 있다면

A. 현재 한국에는 수많은 비누공방과 비누의 디자인을 훌륭하게 만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국내의 수제비누시장과 기술향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멀리 경기도에서 비누를 구매하러 오신 손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잘 만들어진 것 같은 디자인비누는 많잖아요. 그런데 파도비누는 파도만의 무언가가 있어요. 비누에 담아내는 이야기와 색감 패키지 디자인들이 남다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서핑문화와 언제나 그리운 바다에 대한 마음, 이곳 강릉에 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로움 등을 비누를 구매하시는 분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비누를 통해 아픔과 역경을 이겨냈던 저의 따듯한 희망을 비누를 사용하시는 분께 전달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그런 부분들은 손님이나 비누를 제작하시는 지인분들께서도 느끼시고 장점으로 말씀해주시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Q. ‘파도스튜디오’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이 있다면

A. 얼마 전 TV에서 도자기명인이 나오는 것을 우연히 봤습니다. “도자기를 빚을 때는 나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완성된 도자기를 볼 때는 가장 겸손해져라” 라는 그의 말에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저에게 하는 말씀 같았거든요.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정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 품질의 비누를 소비자들에게 거짓 없이 과대광고 없이 보여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연소재의 비누들은 대부분 과대광고를 하는 것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께서도 약품처럼 큰 기대를 하고 오시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근깨가 완화된다던지 피부가 하얘진다던지 아니면 점이 옅어진다던지 그럴 때마다 정말 너무 어렵습니다.

천연비누 혹은 수제비누라고 판매되는 대부분의 비누들은 일반비누와 달리 인공합성제가 없거나 최소 수치이고, 실제 사용감과 품질 면에서도 확연하게 다릅니다. 또한 고급 천연 오일들이 주원료이기 때문에 제조단가가 비싼 편입니다.

비누제조에 사용되는 천연오일 고유의 특색이 모두 다르고 그러한 특색을 연구하고 분석해서 비누를 제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한 특색도 어떤 사람에게는 음식알러지와 같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거짓 없는 비누를 제작하자는 것은 난관에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화장품의 원료들 특히 천연소재의 원료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애매한 부분도 많고, 어려운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알려고 노력합니다. 화학 전문 연구원님을 모셔 제조장을 직접 보여드리고 보완사항을 체크하기도 하고, 업계에 알려진 전문가님을 섭외하여 컨설팅을 받기도 하며, 제 스스로 부족한 기술에 대해서는 꾸준히 레벨업을 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전에는 소극적이고 어려웠던 부분들이었습니다.

모르는 낯선 이에게 무턱대고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요. 그런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어디서 생긴 지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만든 비누들이 어떤 비누보다 최고라고 하기엔 어렵겠지만, 최고의 비누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은 자부하는데요. 이 모든 것의 기반은 “정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격상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무조건적으로 파고들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누 제조 사업을 하게 되면서, 화장품원료라는 것이 애매하고 어려운 부분들이 생길 때가 많더군요. 저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배우고 찾아가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손님분께서 저의 비누를 눈여겨보시고 결혼식 답례품으로 제작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결혼 후에 너무 반응이 좋아 고마웠다고 여러 번 연락오시고, 답례품으로 받으셨던 지인분들께서도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재 구매를 하셔서 고마웠다기보다는 그 분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에 좋은 의미를 더하는 선물을 제가 제작하게 되어서 기분도 좋았고, 그만큼 만족해 주셨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타지에서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 중에서 계속 눈여겨보고 있다가 제 비누가 여행의 계기가 되었다는 분들이 종종 찾아오셔요. 그럼 감히 제가 뭐라고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마음의 병을 앓을 때, 찾았던 한의원에서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이들을 잘 자랄 거예요. 하나하나에 너무 죄책감 갖지 마시고요. 닮고 싶은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는 것도 아주 큰 부모의 역할이에요. 이제부터는 아이들의 생활에만 신경 쓰기보단, 닮고 싶은 멋진 사람이 되는 것에 스스로 힘써보자고요.” 그 말씀에 용기를 얻어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게를 내고 가장 좋아하였던 사람은 그 누구보다 저희 아이들이었습니다.

5살의 첫째아이는 들어오는 손님들께 정중히 인사하고는 “우리엄마가 만든 비누에요” 라고 말하는데 묘하게 어깨를 으쓱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참 좋더군요. 그리고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괜스레 울컥했답니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A. 2020년부터는 화장품책임판매업과 화장품제조업을 등록한 업체만 제조판매가 가능합니다. 즉 이미 시행되는 법인데요. 파도는 이미 화장품제조업과 책임판매업을 등록하고 그에 맞는 제조업장도 갖추었습니다. 아직은 초기법안이라 어려운 부분이 많고, 저조차도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최대한 정직하게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합니다.

사업장을 갖추고 시스템 등을 갖추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육아와 살림도 전처럼 못할 때가 있었는데요. 그런 부분을 여자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서로 양보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한 동반자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거예요.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

A. 속초에 가면 닭강정을 사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강릉에 가면 파도에 가야한다 는 말이 생기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주문진의 작은가게에서 비누를 판매하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사업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특

히 제조를 다른 업체에 OEM하지 않고, 청정강릉에서 제조를 직접 하여 상품의 품질도 직접 관리하고, 동시에 지역을 이탈하는 젊은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파도의 슬로건 “Purify US(Earth)” 우리 혹은 지구를 정화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는데요. 친환경적인 제품을 제작하고, 공동체의 역할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선의의 도움을 주는 것이 삶의 가치 중 하나라고 성당에서 배웠듯 지역에 환원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안녕하세요.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업가이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살고 있는 채화경입니다.
저처럼 출산과 육아문제로 인해 마음의 병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 이야기를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열심히 끈기 있게 잘 해서 힘이 필요한 분들 저와 같았던 분들께 용기와 귀감이 된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항상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용규 기자 

Author PADO